SHIN Bong-kil ‘심기일전(心機一轉)이 필요한 한중일 관계 ’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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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일전(心機一轉)이 필요한 한중일 관계’ 

신봉길 한중일3국협력사무국(TCS) 초대 사무총장, 대한민국 외교협회 회장 

대한민국 서울에 위치한‘ 정부간국제기구 ’한중일3국협력사무국(TCS)은 최근 3국 협력을 상징하는 2023년 한자어로 ‘화합’을 선정했다. 한중일 3국 국민들이 참가한 투표를 통해서다. 세나라 국민들이 ‘화합’을 선정한 것은 2023년 시점에서 한중일 3국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화합’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바닥을 지나고 있는 한중일 3국 관계를 개선하라는 3국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이며 한중일 3국간 조화로운 공존에 대한 공통된 염원이기도 하다. 

수년전 까지만 해도 서울과 베이징, 도쿄 거리 어디를 가도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확산되고 역사문제로 인한 갈등이 계속되면서 교류와 협력은 축소된 반면, 갈등은 심화되고 증가했다. 미중간 갈등이라는 국제정치 상황도 한중일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한중일 3국은 갈등과 혼돈 속에서 새로운 생존방식을 찾아야 하는 뉴노멀시대를 맞이했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도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2월 중국 청두(成都) 회의 이후 더 이상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말이 다시 회자(膾炙)되고 있다.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은 서로를 향해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있다. 

한중일협력사무국(TCS) 설립과 발전 

TCS는 한중일 3국 정부에 의해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11년 9월 대한민국 서울에 설립되었다. TCS는 벨기에 브랏셀 소재 EU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자리한 ASEAN 사무국과 마찬가지로 지역통합을 통한 공동번영의 이상을 배경으로 설립된 지역기구다. 하지만 TCS는 한중일 3국 관계 의 현 상황을 반영하듯 제도화 정도나 규모, 존재감이 세나라의 국제 위상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 

TCS는 1명의 사무총장과 2명의 사무차장, 4명의 부장과 30여 명의 일반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TCS의 구성원들은 모두 대한민국이나 중국, 일본 시민권을 갖고 있다. TCS 구성원 다수가 모국어는 물론 업무 언어인 영어와 함께 한국어나 중국어, 일본어 중 1-2개를 구사할 수 있다. TCS는 세나라 국민들이 모여 함께 일하는 소규모 ‘한중일 공동체’다. 2년 임기의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은 한중일 3국 정부가 번갈아가면서 파견한다. 2023년 1월 현재 TCS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은 중국 출신 어우보첸 대사다. 어우대사는 영어에 능통한 대단히 열정적인 베테랑 여성 외교관이다. 필자가 초대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던 기간(2011-2013) 중국 출신 사무차장이던 마오닝 여사는 현재 중국 외교부 대변인으로 활약하고 있고, 일본 출신 사무차장이던 마츠가와 루이 여사는 정치인으로 변신, 크게 성공(참의원 재선, 방위성 차관 역임)했다. 

서울중심지 광화문 소재 에스타워 20층에 자리한 TCS 사무실은 세계적 컨설팅 회사나 법률회사 같은 느낌을 준다. 에스타워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에 내리면 바로 한중일 세 나라의 대형 국기를 마주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아시아국장이 TCS 사무실을 방문한 느낌을 술회한 적이 있다. 그에 의하면 3국 국기가 나란히 걸린 모습이 어쩐지 부자연스럽게 보였다 한다. 

이처럼 언뜻 보기에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한중일 3국은 이미 1999년부터 정례적으로 정상회의를 개최해 왔다. 1999년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ASEAN+3 정상회의에 참석했던‘+3 (한중일)’정상(김대중 대통령, 주룽지 국무원 총리, 오부치 총리대신)들이 별도 조찬 모임을 가진 것이 계기가 되었다. 미중 간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차원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최근과 달리 당시는 지역협력, 지역통합, 세계화의 흐름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이 별도 조찬 모임이 2008년부터는 매년 3국에서 교대로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로 발전했다. 그런데 이 세나라간의 모임은 소리 소문없이 확대되어 현재 정상회의 이외에도 21개의 장관급협의체 그리고 차관, 국장급 레벨의 많은 협의체가 운영중이다. 3국간 외교, 재무, 환경, 문화장관회의, 재난관리 기관장회의 같은 것이 그런 것이다. 

이와 같은 3국관계 발전에 힘입어 정부 간 국제기구인 TCS가 2011년 9월 대한민국 서울에 설립되었다. TCS 설립은 대한민국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동아시아공동체 창설에 관심을 갖고 있던 일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대신이 동의했으며, 중국 원자바오 전 국무원 총리도 적극 지지했다. 세 나라 모두 TCS를 유치하고 싶어 했지만, 지리적으로 가운데에 위치한 대한민국이 TCS를 유치하게 되었다. TCS의 목표는 △항구적 평화와 △공동 번영 △문화적 공통성 유지와 발전 등 크게 3가지이다. TCS는 이를 위해 3국 정상회의와 각 분야 3국 장관회의 등을 지원하며 3국 관계 증진을 위한 정치, 경제, 사회문화 분야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한중일 3국협력은 아직은 세나라간 느슨한 협력이지만 제도화가 정착되면, 좀 더 큰 다자협력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계기가 되어 시작된 한․중․일․러․몽골, 미국 등 총 6개국으로 구성된‘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가 그 중 하나다. 아직은 크게 두드러져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는 TCS도 EU처럼 동아시아 지역을 포괄하는 고도로 제도화된 정부 간 국제기구로 발전해 있을지 모른다. 

3국 정상회의 조기 재개 필요성 

TCS 창설의 모태가 된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2019년 12월 청두 회의를 마지막으로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 더하여 과거사로 인한 3국 간 갈등, 미중 대립 심화 등이 정상회의 재개를 막아왔다. 차기 정상회의 개최국은 대한민국이다. 2022년 5월 출범한 대한민국 윤석열 정부 역시 3국 정상회의 재개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왜 3국 정상회의가 조속히 다시 개최되어야 하는가? 첫째, 동북아에 긴장완화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기회가 될 것이다. 동북아 갈등에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만들어질수있다. 세나라가 활기찬 경제로 복귀하는데도 도움이 될수있다. 한일, 한중, 일중 등 양자관계 개선의 기회도 될 것이다. 둘째 3국간 안보이슈를 포함, 경제 통상 등 현안의 모든 관심사를 논의하는 기회가 된다. 이 회의는 관례적으로 ‘3국협력현황 및 향후 발전방향’ 그리고 ‘주요 지역 및 국제문제’를 의제로 다루어 왔다. 최근 발생한 방역 관련 한중일 3국의 상호 비자 발급 제한과 복잡한 입국 절차 부과 문제도 중요 현안으로 협의될 것이다. 국제 교역질서, 환경․ 기후변화, 과거사 등 세나라가 지혜를 모아야 할 아젠다가 많다. 셋째,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에 관해 논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는 역대 모든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다룬 중요 아젠다 중 하나였다. 넷째 한중일 협력은 미중 간 갈등과 대립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미일 삼각협력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한중일 간의 정상급 대화는 미중간 경쟁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한 관점에서 볼 때, 한중일 협력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중 하나인 동북아시아의 다자협력 메커니즘으로 이미 자리 잡았으며, 안보와 경제, 문화 등 핵심 어젠다 모두를 다룬다는 점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는 매우 긴요하다. 이에 더하여, ASEAN 정상회의와 같이 한중일 정상회의도 회원국 간 갈등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매년 특정 기간에 정기적으로 개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개최될 차기 한중일 정상회의가 TCS 규모 확대, 제도화 심화는 물론, 한중일 3국 관계 발전에도 변곡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상호 포용하는 태도와 자세 

중국 당 왕조시대 시인 왕지환(王之渙)은 ‘등관작루(登鸛雀樓)’라는 시에서 ‘더 넓은 세상을 보려면 누각 한 층을 더 올라가야 한다(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 .’라고 읊었다. 근대 일본의 저명한 소설가 나츠메 소세키(夏目漱石)는 ‘내가 발전하려면, 먼저 상대방을 이해하라’고 말했다. 한중일 3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는 힘이 들더라도 누각 한 층을 더 올라가야 한다.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읽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야 한다. 세나라가 심기일전하여 화합의 정신으로 서로를 포용하는 태도와 자세가 어느때보다도 필요하다.